21/08/2026
踏十里 — 십 리를 밟다
무학대사에게 노인이 일렀다. “여기가 아니다, 십 리를 더 가라.”
그 십 리를 밟아 오간 자리가 답십리다.
이름부터가 걸음의 기록인 동네.
1965년, 나는 이 땅 위의 집에 살았다.
60년을 돌아 다시 이 자리에 선다.
도면을 그리는 손 아래로, 여섯 살의 걸음이 지나간다.
십 리를 밟고 돌아온 사람의 집.
대지 85평, 연면적 260평.
작지만 조금도 만만하지 않은 땅이다.
입면은 평(平)과 곡(曲)의 대화로 짰다.
평평한 면이 침묵을 지키면, 창 주변의 완만한 라운드가 그 침묵에 숨을 넣는다.
크게 외치지 않고, 아주 미묘하게.
13m 도로 쪽 벽은 투각 벽돌로 세웠다.
걸으면 구멍이 열렸다 닫힌다.
정면에서는 벽, 비스듬히 서면 그물, 해질 무렵엔 빛의 체.
서 있는 자리마다 다른 얼굴을 내주는 벽.
바흐의 파사칼리아 같은 건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.
저음은 끝까지 같은 걸음으로 내려가는데,
그 위에서 세계가 조금씩 달라지는.
묵직함이 곧 자유의 조건이 되는 음악.
십 리를 밟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.
건축도 삶도, 결국 그런 것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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답십리 59-8 · YKH Associates 신사옥
대지 85평 / 연면적 260평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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